i의 i승? 복소수와 복소지수의 다가성

 

복소수의 도입

허수의 실재

사람들은 \(x^2 = -1\)의 해를 비롯해, 실수로 나타낼 수 없는 이차방정식의 근을 나타내기 위해 허수를 도입했다. 영어로는 imaginary number인 허수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. 제곱을 하여 -1이 되는 수가 어디 있겠냐마는, 나는 허수라는 이름이 굉장히 naive하게 지어졌다고 생각한다. ‘수’라는 개념 자체가 애초에 추상적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자. 거듭제곱해서 -1이 되는 \(i\)만큼이나 -1 자신, 그리고 0이나 무리수도 충분히 추상적인 개념이다. 파스칼을 비롯한 여러 수학자들도 음수를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. 허수까지 갈 것 없이, 실수 체계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숫자—개수 세기—와 충분히 괴리가 크다.

\[x + 1 = 0\]

의 해도 음수를 고안하기 전까지는 해가 없다고 취급을 하였다. 지금의 입장에서는 부자연스럽지만, 저 방정식의 해를 허수라고 불러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.

역사적으로, 수학자들은 수 체계를 확장할 때 기하적인 접근법을 사용했다. 음수와 무리수 등을 포함한 실수 체계도 수직선과 수를 일대일로 대응시켜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. 이미 복소수가 잘 정의된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, 복소수는 수평면을 수로 나타내기 위한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. 이 관점으로는 해밀턴의 사원수까지도 수의 자연스러운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. 여하튼, 허수는 충분히 ‘자연스러운’ 수 체계의 확장이다. 실제로 양자 역학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면, 자연에서도 본질적으로 허수가 실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.

각설하고, 제곱해서 -1이 되는 수는 사실 두 개가 있다. 그 중 임의로 하나를 \(i\), 다른 하나를 \(-i\)로 잡은 것이다. (왜 두 개가 있느냐 하면, 제곱을 하면 -의 부호가 +가 되기 때문이다. 생각해보면 이 또한 음수의 특별한 성질 중 하나이며, 수학자들이 왜 처음에 음수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.) 따라서 우리는 허수의 ‘방향성’을 생각할 수 있다. 나아가, 허수와 실수를 결합한 형태인 복소수는 수평면 상의 한 점을 나타내는데 사용할 수 있다. 여기서 복소수는 실수 \(a\)와 허수 \(i\)의 실수 \(b\)배의 합인 \(a + bi\)의 꼴로 나타낼 수 있다.

이차방정식의 해

위에서 간단히 살펴본 \(x^2 = -1\)뿐만이 아니라, 임의의 복소계수 이차방정식의 해는 복소수로 나타낼 수 있다. (복소계수란 각 항의 계수가 복소수라는 의미이다. 또한, 실계수는 각 항의 계수가 실수라는 것을 말한다.) 즉, 복소수를 도입하더라도 그 해를 나타내는데 새로운 수 체계가 필요하지 않다. 일단은 실계수 이차방정식

\[ax^2 + bx + c = 0\]

을 보자. 일반적으로, 해 \(x\)는

\[\frac{-b \pm \sqrt{b^2 - 4ac}}{2a}\]

로 나타낼 수 있다. 여기서 \(b^2 - 4ac\)가 음수라면 \(x\)를 나타내기 위해 복소수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. 실계수 이차방정식의 해는 근호 안의 부분이 양수이나 음수이냐에 따라 실수가 될 수도, 복소수가 될 수도 있다. 따라서 이 부분은 해의 형태를 판별하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, 이를 판별식이라고 한다. 보통 \(D\)라는 기호로 나타낸다.

예를 들어 방정식 \(x^2+3x+3=0\)의 해는,

\[\begin{align*} x &= \frac{-3 \pm \sqrt{3^2 - 4\cdot 1 \cdot 3}}{2\cdot 1}\\ &= \frac{-3\pm \sqrt{-3}}{2}\\ &=\frac{-3\pm \sqrt{-1}\sqrt{3}}{2}\\ &=\frac{-3\pm \sqrt{3}i}{2} \end{align*}\]

으로 방정식에 들어간 모든 계수가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는 복소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.

복소평면

데카르트 좌표계와 극좌표계

Figure 1

위 그림에서 평면의 가로축은 실수(real의 앞 두 글자를 딴 \(Re\)), 세로축은 허수(imaginary의 앞 글자를 딴 \(Im\))를 나타낸다. 이렇게 만든 평면과 복소수를 대응시켜 나타낸 것을 복소평면(comlex plane)이라고 한다. 여기서 복소수의 절댓값(absolute value)과 편각(argument)을 도입하면 오일러(Euler)의 공식을 이해할 수 있다. 위 그림에서 \(r\)과 \(\varphi\)가 각각 절댓값과 편각에 해당한다. 실수축의 한 지점과 허수축의 한 지점을 정하면 복소수가 하나로 특정할 수 있듯이, 절댓값과 편각으로 복소수를 특정할 수도 있다. 그렇다면, 이 두 값으로 복소수를 어떻게 표기할 수 있을까? 바로 극좌표를 통해 나타낼 수 있다.

어떤 공간에서 한 점을 나타내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며, 이렇게 한 점을 나타낼 수 있는 체계를 좌표계라고 한다. 예컨데, 어떤 직교좌표계, 혹은 데카르트 좌표계(Cartesian coordinate system)에서 (1, 3) 위치의 점을 찍었다고 하자. 2차원이기에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정보가 필요하다. 그리고 이 둘은 독립적이어야한다. 하지만 이뿐이다! (1, 3)의 지점을 나타내기 위해, \(x\)좌표의 값과 \(y\)좌표의 값이 필요한 데카르트 좌표계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. 원점과의 거리와 가로축과의 각도가 주어저도 동일한 지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. 이렇게 점을 나타내는 좌표계를 극좌표계(polar coordinate system)라고 한다.

(1, 3)과 원점 (0, 0)까지의 거리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해 \(\sqrt{1^2+3^2}=\sqrt{10}\)이며, 가로축과 (1, 3)이 이루는 각도는 \(\tan^{-1}{\frac{3}{1}}=\tan{3}\)이다. 따라서, 데카르트 좌표계에서 (1, 3)에 해당했던 지점은 극좌표계에서는 \(\left(\sqrt{10},\ \tan{3}\right)\)으로 나타낼 수 있다. 일반적으로 어떤 점이 데카르트 좌표계에서는 \((x, y)\)로, 극좌표계에서는 \(\left(r, \theta \right)\)으로 나타내어질 때, 이 둘 사이의 변환식은 다음과 같다.

\[\begin{align*} r &= \sqrt{x^2 + y^2}\\ \theta &= \arctan {\frac yx}\\ x &= r \cos \theta\\ y &= r \sin \theta \end{align*}\]

오일러의 공식

복소평면에서 어떤 점을 복소수로 나타낼 때, 단순히 절댓값과 편각의 순서쌍으로도 충분히 복소수를 나타낼 수 있다. 하지만, 이 둘의 연산으로 복소수를 ‘계산’할 수 있는데, 그 돌파구가 바로 오일러의 공식이다. 오일러의 공식을 유도하는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, 여기서는 테일러(Taylor) 전개를 사용한 방법을 보인다. 이 외에도 Euler (오일러) 공식의 세 가지 느슨한 증명에 세 가지 다른 증명법이 소개되어 있다.

테일러 전개에 따르면,

\[\exp x = 1 + \frac{x}{1!} + \frac{x^2}{2!} + \frac{x^3}{3!} + \dots \\ \sin x = x - \frac{x^3}{3!} + \frac{x^5}{5!} - \frac{x^7}{7!} + \dots \\ \cos x = 1 - \frac{x^2}{2!} + \frac{x^4}{4!} - \frac{x^6}{6!} + \dots\]

을 알 수 있다. 여기서 \(\exp ix\)는 \(i\sin x\)와 \(\cos x\)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. 즉, 아래와 같은 공식이 성립한다.

\[\exp (ix) = e^{ix} = \cos x + i \sin x\]

여기서 \(x\)에 \(\pi\)를 대입한 \(e^{i\pi} = -1\)이 오일러의 공식이다.

i의 i승과 복소지수의 다가성

여기까지의 내용을 따라왔다면 아래의 등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.

\[x + iy = re^{i\theta}\]

이 때, \(\sqrt{x^2+y^2}\)이며, \(\tan\theta = \frac{y}{x}\)이다. 이런 형태로 복소수를 나타내는 방식을 극형식이라고 부른다. 이제 우리는 어떤 복소수이든 \(re^{i\theta}\)의 꼴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. 변환식에 \(i\)를 넣으면 극형식으로 \(1e^{i\cdot \frac{\pi}{2}}\)가 된다. 기하학적으로 보자면 원점과의 거리가 1, 가로축과 이루는 각이 라디안으로 \(\frac{\pi}{2}\)이라는 관찰과 부합한다. 이제 \(i\)의 \(i\)승, 즉 \(i^i\)를 변환식에 넣어보자.

\[\begin{align*} i^i &= \left( e^{\frac{i\pi}{2}} \right)^i\\ &=e^{\frac{i^2 \pi}{2}}\\ &=e^{-\frac{\pi}{2}}\\ &=0.2078\dots \end{align*}\]

놀랍게도 허수의 허수승인 \(i^i\)의 값은 다름아닌 실수, 0.2078…가 나왔다. \((-1) \times (-1) = 1\)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.

여기서 끝이 아니다! 복소 로그 함수와 복소 지수, 그리고 다가성 (multivaluedness)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, 복소지수에는 여러 값을 배정할 수 있다. 그 말인즉슨, 0.2078…이 \(i^i\)의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. 이는 복소지수의 다가성(multivaluedness)에 기인한 성질인데, 위의 내용에서 \(i\)의 편각에 \(\frac{\pi}{2}\)가 아니라 \(\frac{5\pi}{2}\)이나 \(\frac{-3\pi}{2}\)를 넣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. 정수 \(n\)에 대해서 \(\frac{(4n+1)\pi}{2}\)의 꼴이라면 항상 \(\frac{\pi}{2}\)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. 일반적으로 \(i^i\)는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.

\[\begin{align*} i^i &= \left( e^{\frac{i(4n+1)\pi}{2}} \right)^i\\ &= e^{\frac{i^2 (4n+1)\pi}{2}}\\ &= e^{-\frac{(4n+1)\pi}{2}}\\ &= \left(\frac{0.2078\dots}{535.49\dots}\right) \frac 1n \end{align*}\]

이번 포스트에서는 \(i​\)의 \(i​\)승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어 복소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.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, https://en.wikipedia.org/wiki/Complex_logarithm를 참고해보자.